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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21. 2022

쉬운 듯 어려운 우리 말





【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_이주윤 / 한빛비즈               




어느 통계에선가,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비호감을 갖게 되는 첫 번째가 ‘깨진 액정’이라고 본적이 있습니다. 또 다른 통계에선 ‘맞춤법 엉망’이라고 되어있더군요. 이번 대선처럼 남녀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여성이고 책 제목에 ‘오빠를 위한’이라는 문구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TV에서 자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지요? 좀 오래되긴 했지요? 처음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로만 생각했는데, 요즘 예능프로에선 자막이 대세입니다. 문제는 맞춤법입니다. 가끔 SNS에서 오가는 유행어나 표현은 봐줄만하지만 맞춤법 엉망은 봐주기가 힘듭니다. 방송작가님들 신경 좀 써주셔요.           



맞춤법 참으로 어렵습니다. 세종대왕 나리께서 백성들이 편히 쓰라고 만들어준 한글이지만, 편히 못쓰고 있습니다. 나는 블로그에 간간히 올리던 북리뷰를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서 현재 2,000편이 넘었지만(은근 자랑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컴오피스 한글’창을 띄워놓고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여전히 빨간 줄이 언뜻언뜻 눈에 띕니다. 그래서 “왜 그러는데?” 하고 F8을 눌러보면, 예전에 비해 맞춤법은 많이 나아졌는데 띄어쓰기가 걸림돌입니다.           



이 책의 저자 이주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 간호사, 백수, 소설가 지망생으로 소개됩니다. 저자는 이 책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외에도 책을 몇 권 썼으나, 부른 곡은 많아도 히트곡이 없다는 가수처럼 나 역시 들어본 적도, 만나본 책도 없습니다. 다행히 이 책이 효자노릇을 할 것 같군요. 초판이 2016년 11월에 출간되었는데, 2021년 8월에 초판 9쇄라고 되어있네요.          



책은 핸디하면서도 흥미롭게 편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맞춤법 책이라 해서 재미없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갑니다. 기억하기 좋게 콕콕 짚어줍니다. 책은 크게 5파트로 구분됩니다. ‘이거 모르면 죽자’, ‘살다보면 틀릴 수도 있지’, ‘이건 나도 좀 헷갈려’, ‘맞춤법 천재가 된 오빠’, ‘뇌섹남으로 가는 길’ 등입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몇 가지만 옮겨봅니다. 할게와 할께 ; 나도 가끔 헷갈립니다. 발음상으로는 ~께가 맞는데 한글 맞춤법 제 53항엔 –ㄹ게, -ㄹ게, -ㄹ세 등의 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다고 되어있답니다. 거야를 꺼야라고 쓰지 않듯이 ‘-가 정답이랍니다.           



설거지와 설겆이, 베개와 베게찌개와 찌게 ; 역시 틀리기 쉬운 단어들입니다. 헷갈릴 때는 뒤에 새끼를 붙여보라고 합니다. ‘설거지새끼, 베개새끼, 찌개새끼’ 말 되지요? 누군가를 생각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며칠과 몇일은요? ‘몇일’이나 ‘몇 일’모두 틀린 표현이라고 합니다. 며칠이 정답입니다. ~고요와 ~구요는? 구요는 서울 촌놈들이 쓰는 서울 사투리라고 합니다. ~고요가 맞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민얼굴과 맨얼굴 중 어느 것이 옳을까요? 민얼굴이 정답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올린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리뷰에 “코로나의 종식이라는 희망을 안고 이 봄 맘에 와 닿는 책이네요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이 달렸기에, 답 글을 “예...이제 그만 마스크를 벗고 잃었던 맨얼굴들을 찾게 되길 소망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라고 했는데, 수정해야겠습니다. 민얼굴로.. 국립국어원에서 말하길 ‘민’은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음을 뜻하고, ‘맨’은 다른 것이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좀 복잡한 설명이 뒤따르는데, 나는 그냥 민낯은 익숙해도 맨낯은 이상하니까, 맨얼굴이 아닌 민얼굴로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말엔 ‘복수표준어’란 것이 있습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입니다. 가엽다와 가엾다, 예쁘다와 이쁘다, 꺼림칙하다와 께름칙하다, 끼적거리다와 끄적거리다, 겸연쩍다와 계면쩍다, 귀걸이와 귀고리, 늑장과 늦장, 두루뭉술하다와 두리뭉술하다, 메우다와 메꾸다, 복사뼈와 복숭아뼈, 삐치다와 삐지다, 손자와 손주, 쇠고기와 소고기, 오순도순과 오손도손 등등 많이 있더군요. 결론은 두 가지 표현 다 맞다 입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 올린 자뻑글로 평을 대신합니다. 그 마음이 내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맞춤법을 통달하겠다는 사명을 띠고 책을 펼쳤다. 어떤 페이지는 너무 재미있어서 미소를 띠었고, 어떤 페이지는 너무 야릇해서 홍조를 띨 수밖에 없었다. 변태적 성향을 띤 책이긴 하지만 맞춤법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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