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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r 23. 2022

뇌를 아는 것, 나를 아는 것




【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_장이브 뒤우 / 김영사               




이런 말 들어보거나 책에서 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생각해봐!” 그래서 말대로 해봅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군요. 손을 나란히 가슴에 대는 방법과 교차해서 대는 방법. 그런데 왜 가슴에 손을 대보라는 건데? 심장 뛰는 것 느껴보라고? 죽었나 살았나 확인해보라는거임? 더군다나 앞에 (양심 있으면)이라는 말이 추가되면, 기분이 몹시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네 양심은 어떤 데?” 누가 이 말을 먼저 했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마음이 가슴에 있을까요? 그렇다고 머리에 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는 것보다 분위기는 가슴 쪽이 한결 낫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마음은 가슴이 아닌 뇌에 있지요. 뇌에서 모든 생각과 계획이 나오지요. 그러나 뇌를 생각하면, 그렇잖아도 어수선하고 복잡한 머리가 더 무거워집니다. 내가 뇌를 알건 모르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손해 볼 일이 없겠습니다. 내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동안 심장과 같이 뇌도 작동이 잘 되길 바라야겠지요. 뇌를 아는 것은 나를 알고, 타인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에서 꽤 유명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뇌를 연구해온 과정 즉, 뇌의 관한 역사를 흥미롭게 펼쳐줍니다. 첫 장을 열어봅니다. ‘뇌 그림을 보면 항상 낙담한 채 고통에 사로잡혀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라고 시작합니다. 진짜 그러네요. 뇌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저자는 뇌가 주름을 펴고 일어나게 합니다. 자신의 두개골 속에 포로로 갇혀있던 뇌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리고 뇌가 자기소개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인간의 뇌는 평균 1.39킬로그램, 대뇌피질은 주름이 많다. 뇌의 각 부분(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등)은 각기 특정 능력을 책임진다(언어, 시각, 움직임, 시간이나 색깔 인식 등등), 뇌는 뇌줄기(뇌간)을 통해 온몸과 연결된다. 이 정도는 뇌의 상식 수준이지요. 뉴런의 활동상을 그림으로 멋지게 표현했군요. 뉴런이라는 단어는 1881년 독일의 해부학자 하인리히 빌헬름 발다이어가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의사 카밀로 골지와 스페인 신경과학자 산타아고 라몬은 각기 신경조직 염색방법과 뉴런이론으로 1906년에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뇌신경과학의 첫 삽을 뜬 셈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1921년 독일출신 약리학자 오토 뢰비가 시냅스와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알아낸 과정입니다. 오토 뢰비는 꿈속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풀었습니다. 잠결에 종이 귀퉁이에 메모를 한 후 다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메모를 보니 뭘 적어 놓은 건지 모르겠더랍니다. 다행히 그날 밤 같은 꿈을 꿨고, 그는 노벨상을 타게 됩니다(아마도 그 분이 다녀가신 듯).               






뇌전증(腦電症)이라고 들어보셨지요? 뇌 이야기에선 빠질 수 없는 증상이지요. 간질(병)은요? 간질이나 뇌전증이나 같은 증상입니다. 간질 자체가 잘못된 용어는 아니지만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사회적 낙인이 심하기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되었습니다. 마치 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바뀐 것처럼 말입니다. 비록 용어는 변경되었으나 뇌전증과 관련해서는 명명법 이외에는 바뀐 것이 없으며 진단과 치료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뇌전증 치료를 위해 뇌들보(뇌량 ; 좌우의 대뇌반구가 만나는 부분)를 잘랐습니다. 뇌의 반구를 분리시켜 발작을 막으려던 것인데..결과적으로 환자는 서로 정보교환이 안 되는 두 개의 다른 의식을 갖게 되는 바람에 이제 이런 수술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뇌는 두 가지 각기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많이 힘들었겠지요. 나 어렸을 땐 길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뇌전증 환자를 간혹 봤으나, 요즘은 치료 방법이 많이 개선되어서 그런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저 사람이 높은데 올라가다가 또는 운전 중에 저런 발작이 나면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과학을 발전시켰지만, 한편 과학 또한 뇌를 발전시킵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뉴런의 활동을 해독하고, 뇌줄기의 손상으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지만 뇌활동을 기록하는 뇌파로 소통이 가능한 상태까지 왔습니다. 의과학이 더욱 발전되어 뇌와 관련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되길 소망합니다. 이 책은 판형도 크고, 글과 그림이 재미있게 편집이 되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에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뇌를 아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기회도 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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