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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이보디보: ‘유전과 발생’ 연구의 종착지는 ‘진화’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12. 23.

이 내용은 2022년 11월 9일에 있었던 2022 가을 카오스 강연(주제: 진화) 중

이준호 교수가 소개한 〈이보디보: ‘유전과 발생’ 연구의 종착지는 ‘진화’〉

요약한 글입니다.

 


 

 

이보디보란 무엇인가?

이보디보(EvoDevo)는 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진화발생생물학을 말한다. 진화학과 발생학은 원래 따로 연구되던 학문이다. 1950년대 DNA의 이중 나선 구조 발견되면서 분자생물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분자생물학에서 유전자를 연구하면서, 유전자가 발생에 기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유전자 생물학에서 진화적 의미를 찾게 되었다.


생명 형상에 대한 질문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생명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왜 일어나는가’이다. 발생학은 ‘어떻게’를 연구하고, 진화학에서는 ‘왜’를 연구한다. 바로 이 ‘어떻게’와 ‘왜’를 통합한 학문이 ‘이보디보’다.


생명의 다양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이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의 기반이다. 종의 진화는 종에 속한 개체들의 다양성으로부터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성은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이것이 생명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다윈은 새로운 종은 자연선택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진화했다고 했다.


다윈 진화론의 핵심

첫째, (기본조건) 필요한 수 이상의 자손이 있어야 한다. 둘째, 자손들은 서로 달라야 한다. 여기서 변이가 일어난다. 셋째, 그중 가장 적절한 자손이 환경에 의해 선택된다. 자연선택이다. 자연선택이 누적되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종의 출현은 다양한 변이로부터 온다. 그러나 다윈은 개체들의 변이의 기본을 몰랐다. 동시대 학자인 멘델이 발견한 유전법칙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유전과 변이
유전현상과 변이현상은 항상 같이 일어난다. 유전은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물려가는 것이다. 유전현상의 기본은 ‘매우 정확함’에 있다.  유전현상에 항상 따라올 수밖에 없는 다른 현상은 ‘변이’이다.  유전이란 99.9999%의 정확성과 0.00001%의 부정확성이 결합되어 있는 현상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유전물질은 DNA
DNA의 이중나선에 의해 아주 정확하게 복제된다. 자손에게 유전물질을 정확하게 물려준다. 그러나 다양한 이유로 DNA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고, 서열이 바뀔 수도 있고, 그러면 스스로 고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그러나 다 못 고치고 남으면 그게 변이가 된다. 변이와 유전현상은 DNA와 같은 유전물질을 동전이라고 한다면 그 양면과 같다.


유전학, 기형의 연구
유전학은 생명의 다양성과 기전을 밝히는 중요한 도구로 변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변이를 조금 과격하게 괴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변이는 괴물에 해당하는 기형에 관한 연구다. 윌리엄 베이트슨(William Bateson 1861-1926)은 멘델의 법칙을 재발견하여 유전학이라 명명했다. 그는 ‘기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정상적인 것, 즉 변이가 보인다’고 했다.


괴물 변이를 통하여 어떻게 이보디보를 밝혀갔는가?
그 선구자적인 연구는 초파리에 관한 연구다. 아래 그림처럼 초파리의 머리를 확대해서 보면 괴물처럼 보인다.

 

* 출처: 이준호, 〈이보디보: ‘유전과 발생’ 연구의 종착지는 ‘진화’〉 강연 슬라이드

 


(a)는 정상적인 초파리의 머리 부분을 확대한 사진이고, (c)는 두 개의 날개를 가진 정상적인 초파리의 모습이다. (c)는 괴물의 머리 모양이고, (d)는 이 괴물의 네 개의 날개 모습이다. 초파리의 머리에 대한 두 개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a)의 정상적인 초파리의 머리에는 안테나가 있지만, (b)의 괴물 초파리의 머리에는 그 자리에 다리가 달려 있다. 또 정상적인 초파리에게는 날개가 2개인데(c), 괴물에는 날개가 4개다. 이를 변이(mutation)라고 한다. 변이를 variation이라 하지 않고 mutation이라고 할 때는 진화에 영향을 주는 특이한 유전자 변형을 말한다. 이를 희망적인 괴물(Hopeful Monster)이라 하는 것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메시지를 주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호메오틱 변이(Homeotic mutation)
이러한 변이를 추적하여 변이를 일으키는 특정한 유전자를 찾아내었는데, 이를 호메오틱(체절 전환 형질) 변이 유전자라고 한다. 호메오틱 변이는 체절(마디)의 특성을 결정해주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다른 형질을 띄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초파리 연구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이 유전자의 서열과 구조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전사인자로 알려진 부분이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부위를 호메오박스 유전자군(hox genes)이라 한다. 이러한 유전자는 사람에게도 있다. 이게 발생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게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툴킷 유전자(Tool kit gene)
진화에서 새로운 발생현상은 호메오틱 유전자를 활용하여 일어난다. 그래서 호메오틱 유전자는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가 들어 있는 상자라 하여 툴킷 유전자라 부른다. 이 유전자에 내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도구 중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제품이 달라진다. 똑같은 도구지만 다른 조합을 하면 다른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이보디보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초파리에서 체절의 성질을 결정해주는 유전자들은 바로 이 전사인자들의 조합이다. 툴킷 유전자는 신호 전달 경로, 세포 부착 분자와 수용체 등이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 새로운 발생의 현상을 지지해주고 있다.


자연 속에서 발견된 이보디보?
초파리의 변이는 연구실에 만들어진 현상이지만, 현재 자연에서도 진행 중인 변이를 관찰할 수 있다. 알래스카의 담수호에는 바다에서 사는 가시고기가 발견되고 있다. 원래 가시고기는 배에 가시가 있는데, 호수에 사는 가시고기는 배에 가시가 없다. 그런데도 같은 종으로 보는 것은 교배하면 자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고기는 원래 바다였던 알래스카 호수가 바다에서 격리되어 담수화되면서 따라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출처: 이준호, 〈이보디보: ‘유전과 발생’ 연구의 종착지는 ‘진화’〉 강연 슬라이드
 

 

바다와 호수의 가시고기는 왜 달라졌나?
바다에는 천적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방어기재로 가시를 가지고 있다. 삼키면 목에 걸리게 한다. 그러나 호수에는 천적이 없다. 대신에 잠자리 유충이 있다. 잠자리 유충은 가시고기의 배쪽에 붙어 가시를 잡아먹는다. 그러다 보니 호수의 가시고기는 가시를 버리게 되었다. 서로 다른 형질을 가진 가시고기 개체를 교배하여 나온 자손 중 가시가 있는 고기와 가시가 없는 고기를 분류하여 조사하여 형질을 따라가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것을 들여다보고 초파리 호메오틱 유전자와 같은 유전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유전자가 Ptx1다. 아홉 군데의 서로 다른 호수에서 발견한 가시고기에서도 같은 현상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특정 스위치를 회복시켜주었더니 가시가 다시 돋아나는 것도 확인되었다.


네바다 사막은 오래전에는 호수였다
네바다 사막에 층층이 쌓여 지층을 천 년 단위로 잘라서 2만 년을 분석해서 가시고기의 화석을 찾아냈다 화석 물고기에서 가시 존재 여부만 확인해보니 어느 시기에 가시가 없다가 또 다른 시기에는 나타났다. 가시가 나타난 시기는 정확히 바다를 만난 시기와 일치하였다.


‘진화에서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진화에서의 새로움’이란 전적으로 새로운 유전자의 출현보다는 1) 유전자 내의 일부의 변형 또는 2)유전자는 그대로 있어도 발현의 변화(시공간 상)로도 충분히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전학 + 발생학 → 진화의 기전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화발생유전학 탄생의 배경이다.

 

 


노화와 죽음이라는 생명 현상
노화와 죽음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생명현상이다. 그래서 진화적으로 채택된 형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노화하지 않고, 죽지 않는 세포나 개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노화, 제한된 수명, 죽음과 같은 생명현상은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로 보고 있다.


두 단계의 노화
하나는 세포 수준의 노화이고, 다음은 개체 수준의 노화이다. 개체 수준의 노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화이다. 
그런데 무엇이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인지 정의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포 수준은 명확하다. 세포마다 분열의 횟수가 정해져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어느 수준까지 짧아지면 더는 분열을 하지 않는다. 더 하면 염색체가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수준이 되면 세포분열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일정 기간 그대로 유지된다.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암세포는 텔로미어의 끝 부분의 손상은 계속 쌓이지만 짧아지지는 않는다.


노화를 덜 겪고 죽음 없이(또는 더 오래 사는 것) 살 방법은 없는가?
노화 연구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노화의 기전을 연구하여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노화는 해가되 질병이 따라오지 않는 건강한 노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오래 사는 진화가 발견되지 않은 것을 보면 무작정 오래 사는 것이 자연에서 이로운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실험실에서는 가능하지만, 자연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생물학자 입장에서의 죽음이란
죽음을 다르게 표현하면 수명이 다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명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라는 현상이 저절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어딘가에 프로그램화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포 중에는 태어나서 하는 일이란 죽는 일만 하는 세포도 있다. 개체마다 똑같이 죽게 하는 세포가 있는 것이다. 죽는 게 생명현상이다. 즉 죽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본다. 죽음이란 생명현상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글 | 송윤강 편집위원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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