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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다수는 정의인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12. 23.

「너에게 가는 길」12세 관람가|변규리 감독|93분|2021

 

「너에게 가는 길」은 현재진행형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두 엄마이다. 이 엄마들은 성소수자 자녀를 두었다. 한 자녀는 생물학적 성별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꾸었다. 다른 자녀는 남자를 사랑하는 동성애자 청년이다. 영화는 엄마들과 자녀들의 그간의 사연과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담담히 보여준다.

나는 그동안 내가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열린 마음과 사고를 가지려면 그만큼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한다’는 것은 지식을 뛰어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소수자’라고 한다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게이, 레즈비언, 성전환자 정도가 아닐까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트랜스젠더와 성전환자의 차이점도 몰랐다. 트랜스젠더는 성전환자보다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이 영화는 LGBTQ영화이다. LGBTQ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퀴어(Queer)를 합하여 부르는 단어이다. 이것은 기본적인 개념이고, 젠더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본다면 논바이너리, 트랜스포비아, FTM 등 다양한 용어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영화를 보며 “젠더”에 대한 개념을 조금이나마 확립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엄마는 처음에는 절망했다가, 다음에는 아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성소수자부모 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다들 자녀를 받아들이기 위해 난생처음 해보는 공부를 하고 있다. 자녀와의 소통을 위해 지금까지의 자신을 내려놓고 포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엄마들은 단지 자녀와 사랑하고 싶을 뿐인데,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정말 완고하고 무서울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불이익을 받는 지, 얼마나 두려운 삶을 살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소수가 불이익을 당하는 이유는 다수가 정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수는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것이 되어 버린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소수자’가 존재한다. 즉, 어떤 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는 ‘다수’에 속할지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소수’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인이 어떤 종류의 ‘소수’에 속할 수 있음을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어떤 종류의 ‘소수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소수자가 절대다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소수자를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 그래서 처음에 성경을 읽었을 때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다는 말씀이 모순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어떤 측면에서는 소수자임을 생각해보면, 예수님은 소수자를 위해 오셨으며, 그리하여 모든 사람을 위해 오셨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예수님의 첫째 계명은 ‘사랑’이다. 그런데 어느새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세운 ‘율법’에 얽매여 살고 있다. 예수님은 모든 율법을 파하러 오셨다. 나는 오늘 어떤 율법으로 누군가를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모두 소수자임을 인정한다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바울의 ‘생활지침’ 같은 것들에 얽매여 ‘생활율법’을 만들고 적용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본질은 무엇인지, 사명은 무엇인지, 이 영화를 통하여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낮은 자들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예수님이 말씀하고자 했던 것, ‘복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는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부디 모든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본질 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예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자로 서게 되길 바란다.

 


 

글 | 이혜련 편집위원(1221hannah@hanmail.net)

아들 둘, 딸 둘과 하루하루 인생을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 하나님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과신대를 만나 초보 기자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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