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9:11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154
9:11
그들에게 왕이 있으니 무저갱의 사자라 히브리어로는 그 이름이 아바돈이요 헬라어로는 그 이름이 아볼루온이더라
사람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기는 메뚜기의 왕은 ‘무저갱의 사자’(ἄγγελος τῆς ἀβύσσου)입니다. ‘사자의 이빨’이나 ‘사자 머리’라는 표현이 계 9장에 나오니까 한글로만 읽으면 포식자 사자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 헬라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아비스의 천사’입니다. NIV 성경은 ‘angel of the Abyss’라고 번역했습니다. 헬라어 앙겔로스는 보통 천사로 번역하나 종종 사자라고도 번역합니다. 앙겔로스는 하나님의 천사라는 개념이 강하니까 좋은 뜻입니다. 그런데 무저갱, 즉 지옥의 천사라고 표현하면 나쁜 뜻으로 들립니다. 요한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큰 틀에서 보면 지옥마저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다는 뜻이 이런 호칭에 담겨 있는 게 아닐는지요. 하나님을 대적할 수 있는 악을 성경은 본래 인정하지 않습니다. 타락한 천사로 보거나 하나님께 잠시 허락을 받아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제한적이며 잠정적인 세력으로 봅니다.
요한은 이 지옥의 천사를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요한계시록의 독자 중에는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이들과 헬라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히브리어로 ‘아바돈’이라고 합니다. 히브리어 아바돈은 <개역개정> 성경에 ‘멸망’(시 88:11, 욥 26:6, 28:22, 31:12)으로 번역되거나 ‘아바돈’(잠 15:11, 27:20)으로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죽음의 자리’를 의미하는 말로 무덤을 가리킵니다. 멸망자를 가리키는 헬라어 ‘아볼루온’은 흑사병의 신과 죽음의 천사로 통하는 아폴론을 연상시킵니다. 이 단락은 ‘독일성서공회 해설’이 달린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