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Sep 01. 2021

우리에게 '집'이란?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 고용 없는 경제성장시대에 '집'이란 무엇인가?      

        _경신원 / 사무사책방               




1.

나는 1970년대 중반 서울 강남 봉은사 근처에서 잠시 살았었다. 대학재학 중 통학이 불편해서 결혼한 누나 집(연립주택)에 근 일 년 얹혀 살았었다. 도로변에만 간간히 건물이 있었던 때이다. 산책삼아 집을 나서면 건물보다는 빈 땅이 많았다. 구획정리만 되어 있었고, 도로는 형태만 있었다. 도로 포장도 안 되어 있었고, 차도 안 다녔다. 하긴 차가 다닐만한 이유가 없는 벌판이 많았다. 현재 삼성동, 논현동쯤으로 추측된다. 말죽거리주변은 버스가 한 대 지나가면 흙먼지 때문에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대적 배경은 내가 강남에서 잠시 머물던 그때보다 몇 년 지나서인 1970년대 후반으로 알고 있다.          



2.

1970년 11월 5일 서울시는 “과밀화되어가는 구시가지의 인구를 한수 이남으로 분산하고 새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해 남서울 개발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강북의 명문학교들과 공공기관, 고속버스터미널 등이 강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애초 강북왕복노선으로 계획되었던 지하철 2호선도 강남을 포함한 순환노선으로 변경해 신설했다. 강남구는 정부의 남서울 개발계획에 따라 1975년에 탄생했다. 1970년대 한국 사회는 비로소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게 바뀐 때이기도 했다.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자, 서울사람들은 집다운 집에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강남시대가 열린 것이다.      






3.

이 책의 저자 경신원은 15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주택 및 도시(재)개발 분야의 교육자와 연구자로 활동했다. 현재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로 소개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집’을 이야기한다. 사는(生)집과 사는(買)집을 말한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소수에게만 자가 보유의 기회가 주어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아파트의 자산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오죽하면 ‘강남 아파트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분출구이자 전국의 돈을 끌어들이는 공룡’이라고 표현했을까?     



4.

저자는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집’은 어떤 의미이며, 집의 자산적 가치와 연관된 ‘강남’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규정된 정체성은 과연 누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30년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모녀다. 우리 사회에서 굶주림과 풍요로움을 동시에 경험한 유일한 세대인 1945년생 어머니와 처음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세대였지만,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가부도 위기를 경험한 불우한 세대인 1975년생 딸의 눈을 통해 집과 강남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똘똘한 집 한 채가 강남에 있는 아파트라는 것은 아이들도 잘 알 것이다.      

5. 

빨간 바지 복부인 이야기도 나오고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사건들이 이어진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가던 발전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어두운 과거였다. “외국처럼 주택이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바뀌리라 생각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만 도달하면 집에 대한 집착도 수그러들지 않겠는가. 돌아보면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신혼집은 재건축 승인이 나자마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비단 주거의 안정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어느 순간부터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말해주는 바로미터가 되어 있었다.” 75년생 딸의 이야기다.             


#엄마말대로그때

#아파트를샀어야했다

#경신원

#사무사책방

#쎄인트의책이야기2021     

작가의 이전글 마이데이터 가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