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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Sep 14. 2022

폭풍 속 진실





【 블랙하우스 】 _피터 메이 / 비채  



소설의 무대는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위치한 외딴 루이스섬이다. 세 개의 그림이 서로 겹쳐진다. 연쇄살인사건을 연상하게 되는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 소설의 주인공 핀레이 매클라우드(이하 핀)의 근 이십년만의 귀향, 새의 섬 안스커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구가사냥. 



핀, 그의 현직은 경찰관이다. 살인사건을 담당하고 있으니 강력계 형사이기도 하다. 그의 현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함 그 자체이다. 약 한 달 전 뺑소니사고로 어린아이를 잃었다. 그 마음의 충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휴직상태이다. 악몽에 시달리는 나날 외에 아내 모나와의 사이도 많이 힘들다. 더 이상 쉬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가 담당했고 미결로 남아있던 살인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발생했다. 장소는 그의 고향이고, 희생자는 핀도 아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상부 지시에 의해 그의 고향을 향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소설은 현재의 시점과 핀의 어릴 적 회상을 오간다. 그가 이십년 가까이 고향을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안 좋은 기억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핀의 부모는 핀이 여덟 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핀의 부모는 각기 30대였다. 그래서 성장하는 과정 중 ‘고아’라는 호칭을 수도 없이 들었다. 고아가 된 핀을 돌봐주었던 유일한 인척이었던 이모마저 돌아가셨다. 






핀이 담당한 살인사건의 수사와 무관한 듯하지만(결국에는 관련이 있는) 구가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채워진다. 당장이라도 배를 내동댕이칠 듯 거센 파도를 헤치며 루이스 섬에서도 근 10시간을 가야하는 안 스커. 그 섬은 무인도이다. 수만 마리의 새들로 뒤덮인 그 섬엔 풀 한포기 구경하기 힘든 바위와 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다. “아니, 이건 전통이 아니다. 물론 전통의 일부일수는 있겠지. 내가 이걸 하는 진정한 이유를 말해주마, 얘야. 그건 온 세계를 통틀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직 우리만 한다는 뜻이지.” 핀이 고향을 떠나기 직전(대학 입학을 위해)마지못해 끌려간 새 사냥 때 팀의 리더인 긱스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목숨을 걸고 행해야 하는 그 작업(새 사냥)을 위해 그들(사냥꾼들) 사이에는 말이 필요 없는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극소수에게만 자격이 부여되는 오백년도 넘게 이어온 배타적인 클럽이기도 하다. 회원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그 새들의 섬에 가서 용기와 강건함, 그리고 악천후를 참고 견디는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청소년과 성인사이에 걸쳐있는 세대들에겐 일종의 성인식과 같은 의례행사이기도 했다. 작가가 그 상황을 얼마나 세밀하게 그렸는지 실제로 그 작업에도 참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핀의 성장과정을 보면, 경찰관이 되었다는 것이 의아스럽다. 특히 핀의 어릴 적 친구이자 연인이기도 했던 마샬리와의 관계를 보면, 핀은 ‘나쁜 남자’그 자체이다. 다분히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핀은 마샬리의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관이 되었나? 제복을 입고서라도 자신의 이중적인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그랬을까? 그런 마음이 든다. 고향 방문길에 옛 연인 마샬리와 어색하고 불편한 재회를 한다. 마샬리는 핀의 절친 아슈타르의 아내가 되어있었다(세 사람은 어렸을 때, 삼각구도가 형성되기도 했었다). 우연히 마을 술집에서 마주친(몰라보게 변한, 거의 알콜중독자 분위기의)아슈타르와 함께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옛 연인 마샬리와 아슈타르와 사이에 난 피온라크라 부르는 그들 아들의 인사를 받는다. 그리고 핀과 아슈타르만 있을 때, 혀 꼬부라진 아슈타르의 입에서 놀라운 말을 듣게 된다. “피온라크 말이야. 녀석은 네 놈 자식이지 내 아들이 아니라고.” 핀은 충격에 빠진다. 심히 혼란스럽다. 



스릴러는 역시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가야한다. 결국 흩어져 있던 퍼즐이 마무리된다. 거칠었던 폭풍도 잠시나마 잠잠해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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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책이야기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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