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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Jan 29. 2023

빅 브라더, 중국





#오늘의리뷰




【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 / 대런 바일러 / 생각의힘






이 책을 읽기 전, 유튜브에서 ‘신장-위구르’관련 동영상을 봤다. 약 2년 전에 올라온 것이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제작이다. 약 7분 분량이다. 스튜디오엔 BBC 앵커와 영국주재 중국대사뿐이다. 대담프로이지만 거의 청문회 수준이다. 앵커는 확인된 정보에 근거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지만, 중국 대사는 매우 당당하다. 모든 것이 가짜정보라고 항변한다. 이 책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에 실린 내용들과 상당히 밀접한 내용인지라 정리해서 옮겨본다.




BBC 앵커(이하 앵커) : 서구사회와 중국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중국 북부 위구르족 대우에 관한 것인데요. 전 세계에서 공유되고 있는 매우 불편한 드론 영상을 먼저 보시겠습니다. 영상 속 장소는 거의 확실히 중국 북부 신장 지구인데요.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영상 속엔 위구르인들로 짐작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삭발을 한 채, 눈을 가리고 수갑에 채워져서 기차역 광장에 무릎 꿇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눈을 가린 채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선명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대사는 “영상이 잘 안보입니다.”라고 답변한다. 그리고 하는 말. “제게 처음 보여주시는 것이 아니잖아요. 작년에도 보여 주셨죠.” 영상이 잘 안 보인다는 말이 거짓임을 자백하는 말이다. 오히려 앵커에게 반문한다).




중국대사 : “신장에 가보신적 있나요?”


앵커 : “아니요, 가본 적 없습니다.” 그러자 중국대사가 하는 말 “신장은 원래 아름다운 장소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장면을 다 놔두고 왜 이런 장면을 보여줍니까?” (신장이 원래 아름다운 장소였다는 말은 맞다. 리사 로스의《중국 위구르의 살아있는 성지들》에 실린 위구르족 성지와 종교적 풍경의 아름다운 사진들은 이젠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2017년 이후 중국 정부는 이 공간들 대부분을 제거해버렸다).




중국대사 : 1990년 이후 신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천 건의 테러 공격이 있었다(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중국정부가 행한 테러가 대부분이다. 위구르 민족이 행한 테러는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한 행동들이다).


앵커 : 왜 현대 중국에서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가 밀린 채 눈가리개를 하고 기차로 끌려가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중국대사 : 어디서 이 영상을 얻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감옥이나 죄수들이 옮겨지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앵커 : 하지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는 거죠?


중국대사 : 모르죠. 이 영상을 어디서 얻으셨는데요?


앵커 : 이 영상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영상이고 서양국가 정보기관들과 호주 전문가들은 이들이 기차에 강제로 태워져 끌려가는 위구르족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중국대사 : (앵커의 말을 자르며) 서양국가 정보기관이라고 불리는 작자들이 계속해서 거짓 주장을 하는데요. 중국에서 100만 명의 위구르족이 박해받고 있다고 하는데(앵커의 질문에는 포함이 안 된 숫자) 신장의 인구수를 보십시오. 40년 전 400~500만 명이었는데 이제 1100만 명입니다(이 숫자엔 폭발적인 증가의 한족이주민들이 포함된다). 사람들은 신장에 인종 청소가 행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인구가 40년간 두 배가 늘겠습니까?


앵커 :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중국 지역 정부 통계에 의하면 이 지역 위구르족의 인구증가율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84%나 감소했습니다. 84%요.


중국대사 : 옳은 정보가 아닙니다. 제가 드린 게 공식 통계입니다. 제게 물어보셨으니 중국대사로서 이 수치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굉장히 권위 있는 수치입니다. 그러니까 ‘인구제한’이라거나 ‘강제낙태’같은 건 없다는 겁니다.


앵커 : 하지만 오랜 기간 중국이 위구르 여성을 상대로 강제 불임시술을 해왔다는 주장이 있었고, 그 피해자들이 중국을 벗어나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뉴스나잇’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감 없이 증언했습니다. 앵커는 중국대사에게 영상을 보여준다(영상 속 여인은 신변보호를 위해 인적사항이 없다). 여인의 말_“(불임수술 대신에) 더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거절하면서 ‘안 된다. 시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받지 않으면 감시 리스트에 포함하겠다. 언제든지 수용소로 다시 보내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수술실에 갔는데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여성들이 있었어요. 저도 시술을 받았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배가 쑤시듯이 아프기 시작했죠. 그래서 저도 남들처럼 울기 시작했어요. 고통이 엄청났죠.”






영상을 보고 나서도 중국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중국의 정부정책은 이러한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한다(이하 인터뷰 내용 생략). 중국대사가 하는 말이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이 책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가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대런 바일러는 워싱턴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의 국제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위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신장과 카자흐스탄과 시애틀에서 진행된 24개월 이상에 걸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정부 관료와 기타 기술산업의 인사들이 유출해온 수천 건의 검증된 정부 문건과 기술산업 문서들, 중국 경찰의 내부보고서를 검토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자료들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수감자들과 재교육 수용소 수감자들, 시스템 기술자들과 가진 수십 차례의 긴 인터뷰였다.




왜 중국공산당정부는 위구르인들을 비롯한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여러 요인 중에서 그들의 정치적인 면만을 들여다보면(경제적인 면에서 신장 지역을 접수하기 위한 요인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다시 다뤄 볼 생각이다) 위구르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종교인 이슬람교인 =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즉, 지금 재교육시설이라는 이름하에 설치된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어있는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죄인이 아니다. 단지 휴대전화에 외국과 소통할 수 있는 앱이 깔려있다거나 이슬람 예배처소를 방문하고, 기도를 많이 한다거나, 이슬람과 관련된 동영상을 본 것이 빌미가 되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이다(상당수의 사람들이 수용소에서 숨을 거둔다, 아니 숨을 거두게끔 방치된다. 낮에는 무릎 꿇은 자세로 시진핑 어록을 암송, 중국어교육, 군가와 같은 중국노래 부르기 등 일종의 사상교육을 시행하고 밤에는 방이 좁아서 교대로 누워 잔다. 수용소 내 폭력은 일상화되어있다).




‘스마트시티’에 전적으로 공감하진 않지만, ‘스마트시티’가 인간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질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스마트감옥’은 어떤가? 24시간 불이 켜있는 수용소.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첨단기기들을 통해 수용소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살아있어도 ‘산목숨’이 아니다. 표정까지 분석을 할 정도이니, 차후엔 그 기기들이 생각까지 읽어내는 수준으로 향상되지 않을까? 저자는 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알고리즘이 시애틀에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들도 공범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옮긴 홍명교 작가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 앞에 당도한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외면하고서 어떻게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를 남의 일처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 문제를 양대 국가 간 지정학적 분쟁의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우리가 선 곳에서의 도전이 필요하다. 신장 내 모든 소수민족 민중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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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힘


#쎄인트의책이야기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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