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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쎄인트의 책 이야기 May 02. 2021

추억을 소환하는 아이스크림



【 신비 아이스크림 가게 】 |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56  

   _김원아 / 주니어김영사


“이 아이스크림 가게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야. 너무너무 더운 날 갑자기 나타나, 더위를 뚫고 용기 있게 밖으로 나온 사람들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가게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더운 여름날이다. 한 가족이 놀이터에 와 있다. 놀이터의 기구들은 한껏 달궈져서 계란을 깨뜨려 올려놓으면 그대로 계란프라이가 될 것 같다. 이 가족이 이 땡볕에 어린이 놀이터에 온 것은 막내딸 소율이 덕분이다. 소율이는 눈을 뜨자마자 폭탄선언을 했다. “나 놀이터에 갈 거야!”


나머지 가족들은 놀이터 대신에 백화점을 갔으면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물건은 안사도 일단 시원하니까, 그 안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내가 사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백화점에 손주 생일 선물을 사러 간 생각이 난다. 드문드문 세팅해 놓은 의자마다 어르신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아내와 늦은 아침을 먹고 나온 길이었으니 11시쯤 되었나? 그 어르신들은 언제부터 와 계셨는지 모르지만, 이미 누워계시는 분들도 있고, 아예 집에서 먹거리를 챙겨 오셔서 드시고 계신 분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막내딸 소율이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맞벌이 부부인 소율이 부모는 둘 다 회사에 다니느라 늘 바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니 막내딸의 소원을 완전 무시할 수도 없다. 언니 소진이도 동생 소율이를 달래고 달래다 포기했다. 그래서 이 더운 날 생뚱맞게 놀이터에 나오게 된 것이다. 


막내딸 덕분에 땀을 쏙 빼며 놀이터에 ‘놀이 사역’을 하던 가족들의 눈에 ‘아이스크림’이라는 글자를 크게 써 붙인 파란 승합차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그리고 이용 안내서를 읽어보니, 오호~ 특이한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메뉴판을 보니..‘가장 달콤했던 때로 돌아가는 체리 맛 아이스크림’, ‘가장 통쾌했던 때로 돌아가는 민트 맛 아이스크림’, ‘가장 상큼했던 때로 돌아가는 딸기 맛 아이스크림’, ‘가장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는 초코 맛 아이스크림’. ‘가장 즐거웠던 때로 돌아가는 요거트 맛 아이스크림’ 등이다. 그리고 맨 밑에 주의사항으로는 ‘한 사람당 한 개만 먹을 수 있다’고 써 있었다. 




제일 먼저 큰딸 소진이가 체리 맛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구름 속 영상이 펼쳐지면서, 소진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 영상이 떠올랐다. 아빠는 민트맛을 골랐다. ‘가장 통쾌했던 때’로 돌아가서 그 영상을 가족들이 함께 본다. 엄마는 초코 맛, 그리고 오늘의 히로인 막내 소율의 요거트 맛으로 아이스크림 선택을 마친다. 


막내 소율이의 영상은 바로 오늘 아침이다. 아이에겐 오직 오늘이 최고이다. 내일은 기대되는 날이다. 나이가 들수록 오늘은 피곤하고, 내일은 두렵고, 쓸데없이 과거에 매달려산다. 좋은 추억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좋지 않은 기억으로 자신을 코너로 몬다.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있다. 가족의 소중함, 일상 속 가족들의 역할과 그 고마움을 서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나도 ‘민트 맛’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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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책이야기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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