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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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이야기
민수기 29: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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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난민의 아들입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황해도에서 월남하셨고, 어머니는 해방 때 북간도에서 조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어머니가 목포 공생원에 교사로 있다가 아버지를 만나 가정을 꾸렸습니다. 아버지는 피난민 정착농장의 총무 일을 하였습니다. 그 무렵 내가 태어났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재건 분위기를 느끼며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나누어주던 강냉이 빵의 구수함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열 명이 넘는 식구가 국수를 삶아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국수 삶는 솥에 라면 하나를 넣었는데 국물에 기름이 떠있는 그 황홀한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먹을 것은 늘 모자랐습니다. 밥상머리에 앉을 때면 어느 밥그릇이 큰가를 살폈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모두 다 가난했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어렸을 적 친척들이 집에 오면 단칸방에 한 이불을 덮고 칼잠을 자면서 밤새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전쟁 때 죽을 고생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고, 가끔 고향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신기한 것은 슬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밤새 하면서도 모두 재미있어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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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누군가에 의하여 ‘오늘이 그날’이라는 소문이 마을에 퍼졌습니다. 때맞추어 바다에 있는 미국 군함에서 쏜 함포가 마을에 떨어져 검은 연기가 치솟았습니다. 마을은 금방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파출소가 습격을 받아 불타고 놀란 순경들은 도망가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집안에서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가 일시에 피난 보따리를 지고 바다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후 뒤에서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도망갔던 순경들이 인민군과 함께 추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피난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군 전투기가 떴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바다를 향하여 달렸습니다. 때가 가을인지라 잘 여문 벼가 종아리에 아프게 감겨왔습니다. 여름내 지은 농사를 두고 오는 마음이 아렸습니다. 좋아서 피난길을 자처한 것도 아니고 싫어서 고향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어른들은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면서도 지루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현장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죽을 고생한 이야기를 밤새 하면서 어른들은 탄식하고 공감하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였습니다. 이야기가 지닌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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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3대 절기는 유월절과 칠칠절(오순절, 초실절)과 초막절(수장절)입니다. 그중에 초막절은 출애굽 후 40년 광야 생활을 회상하여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유대력 7월 15일부터 1주간 동안 초막을 짓고 온 가족이 거기에 거하면서 조상들의 고단한 광야 생활을 기억합니다. 고생한 기억만큼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온실의 콩은 콩나물이 되고 사막에 심은 콩은 콩나무가 됩니다. 평안은 악마를 만들고, 고난은 사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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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고생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합니다. 이 편한 세상에서 불편하게 사는 일이 즐거움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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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591 저 밭에 농부 나가 https://www.youtube.com/watch?v=X9yJwcq9L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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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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