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노믹스84] 백기사 = 요나단
[바이블노믹스84] 백기사 = 요나단
김민홍 주간<기독교> 2022.06.14 21:21
SK 경영권 압박 때 팬택사 등 우호 세력
사울왕 적장자였지만 다윗에게 왕위 양보
법인의 경영권 싸움은 주식 확보가 열쇠이다. 회사를 빼앗으려는 도전자보다 많은 주식을 가져야만 경영권을 지켜낸다. 경영권 다툼이 시작되면 대주주는 단 한주라도 아쉽다. 이때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으로 등장하는 구원군이 있다. 바로 백기사다. 백기사는 자신이 가진 주식을 특정인에게 몰아주는 개인 또는 법인을 말한다. 백기사는 경영권을 지키거나 인수 시 구원투수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소버린은 사모펀드로 무장한 국제 투자사다. 원래 네덜란드에서 유통 무역회사로 출범했다가 80년대 중반 모나코로 국적을 옮긴 뒤 업종을 바꾼 회사이다. 소버린은 주로 아시아, 남미, 동유럽의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 회사가 2003년 한국으로 눈을 돌려 SK 주식을 긁어모았다. 당시 SK그룹은 분식회계와 부당거래로 궁지에 몰렸다. 최태원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경영이 불안했다. 시장에서 SK 주식은 곤두박질쳤다. 소버린은 이 기회를 노리고 SK그룹 주식 14.99%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단일 주주로서 최대 지분이다. SK그룹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우리 사회는 재벌기업의 그룹 체제 경영에 반감이 높았다. 특히 SK그룹은 언론을 비롯한 여론의 중심에서 뭇매를 맞았다. 대주주 일가의 그룹 지배 구조와 불공정한 경영이 비난받았다. 소버린은 이 비난 여론과 국민반감을 등에 업고 본색을 드러냈다. 소버린은 SK텔레콤 매각, 최태원 일가 퇴진 및 이사진 사퇴, 경영 투명화 임시주총 등을 요구했다. 소버린은 영리했다.
이때 한국 기업들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신한, 하나, 산업은행이 SK의 백기사 역할을 해 적대적 M&A를 막고 나섰다. ‘팬택’사도 나섰다. 팬택사는 총 2백70만 주 1천3백54억 원치의 SK 주식을 모았다. 삼성전자도 3일간 2백20만 주를 샀다. 이 지분매집은 SK그룹을 소버린의 경영권 침해에서 지켜내는 데 한몫했다. 팬택사 등 우호 지분이 소버린 공격에 방어망이 됐다는 뜻이다.
요나단은 사울의 적장자이다. 훗날 사울 왕을 이을 태자의 위치였다. 그런데 그는 왕의 자리에 욕심내지 않았다. 다윗의 손을 들어주고 왕의 자리를 떠났다. 그것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믿음이 굳건했던 때문이다. 요나단은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다.
요나단은 사울과 함께 블레셋, 게바, 미그론 전투를 치르면서 등장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1천여 명 군사를 이끌었다. 기브아에 자리한 팔레스타인 수비대를 물리치는 등 무예나 용기도 뛰어났다. 자기의 무기를 든 소년과 함께 절벽을 타고 올라가 블레셋 적진 속에서 20여 명을 무찔렀다.
이 전투가 요나단에게는 위기였다. 사울은 이 싸움에서 하루 동안 금식 명령을 내렸다. 요나단이부대를 이탈하여 블레셋 공격에 나서는 바람에 사울의 명령을 듣지 못했다. 요나단은 행군 중에 배가 고파 들꿀을 먹었다. 군령을 위반했다. 사울은 다음 전투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듣지 못한다. 그 원인을 찾던 중 아들 요나단의 군령 위반 사실을 알게 된다. 사울은 요나단을 군령 위반죄로 처형하도록 명령했으나 부하들의 간청과 백성들의 두둔으로 살려준다.
다윗이 백성들의 신뢰와 인기가 높아지자 사울은 시기심이 생겼다. 여인들의 승전 축하 노래가 사울의 시기심을 부채질했다. 사울왕은 죽인 자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고 칭송했다. 사울왕은 이 노래가 불쾌했고 분노마저 일었다. 다윗이 백성들에게 인기몰이하자 사울은 자신의 자리마저 불안했다.
사울은 다윗에게 ‘여호와가 함께 하신다’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시기심이 더욱 일어 다윗을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요나단은 이를 눈치챘다. 그는 다윗과 아버지 관계를 화해시키려 노력했지만 포기한다. 대신에 다윗에게 피신을 권유하고, 다윗을 마지막으로 만난 들판에서 다윗의 신하가 되기로 약속한다. 다윗이 훗날 왕이 된 까닭은 하나님의 뜻이다. 그러나 이를 완성하기까지 요나단과 다윗의 우정이 크게 작용한다. 성경은 두 사람 관계를 사랑이라 기록했다. 친구 요나단이 준 사랑의 힘으로 다윗은 위대한 왕으로 남을 수 있었다. 요나단은 결코 비운의 왕자가 아니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했다. 또 자신의 욕심보다 하나님의 뜻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윗왕이 탄생하는 위업을 이룩했다. 요나단은 오히려 다윗보다 하나님의 뜻을 실천한 백기사이다.
백기사는 기업의 인수합병 때나 경영권 방어 시만 등장하지 않는다. 국가 간에도 백기사가 된다. 위기에 처한 경영 주체를 구한다는 측면에서 국가 간에도 쓰인다. 미국이 구제금융 재원 확보를 위해 7천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을 때 중국이 미 국채를 사들였다. 이때 중국은 백기사이다. 반대 경우도 있다. 한국이 외환위기에 몰려 국가부도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다. 우리 경제대표가 일본에다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갔다가 한방에 거절당했다. 이때 일본은 한국의 백기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종 순간 일본은 지원을 접었다. 이 바람에 한국은 국가부도의 아픔을 겪는다, 우리는 IMF 체제 속에서 엄청난 고통과 국부 유출의 쓴맛을 봤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가와 투기자본에 노출돼 있다. 지분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많아서다. 또 아직도 기업의 합리적 경영이나 투명성 공정성이 미흡한 기업이 많다. 해외 자본 공격이 덮치면 쉽게 무너진다. 적대적 M&A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요나단처럼 맑고 공정하며 투명한 영혼으로 무장하는 경영의 지혜가 필요하다.
김민홍 본지 이사장 cnews197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