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할 때
기독정보닷컴
2023.02.09 07:26
침묵할 때
마태복음 9:27~38
“다윗의 자손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마 9:27). 두 소경이 예수님을 향해 소리 질렀습니다. 마태는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마 1:1)이라고 소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회만 생기면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으로 부릅니다(마 1:20, 9:27, 12:23, 15:22, 20:30~31, 21:9,15, 22:42, 45), 예수님을 구약에 예언된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마태의 열정입니다. 소경이 눈을 뜨고, 듣지 못하는 자가 듣게 되고, 말 못하는 자가 노래하는 일(마 9:27~33)은 종말에 임할 하나님 나라 현상입니다. 구약에서 예언된 말씀 “그때에 맹인의 눈이 밝을 것이며 못 듣는 사람의 귀가 열릴 것이며 그때에 저는 자는 사슴 같이 뛸 것이며 말 못하는 자의 혀는 노래하리니 이는 광야에서 물이 솟겠고 사막에서 시내가 흐를 것임이라”(사 35:5~6)의 성취입니다. 마태는 예수님을 약속된 ’다윗의 자손‘, 예언된 하나님 나라 성취자로 오신 메시아로 일목요연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마태신학의 요점입니다.
마태는 이 장면에 부연 설명을 붙입니다. “예수께서 엄히 경고하시되 삼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마 9:30)며 침묵을 명령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두 소경은 나가서 예수의 소문을 그 온 땅에 퍼뜨렸습니다(마 9:30). 아무리 주님의 엄한 명령이라지만 실제로는 성립될 수 없는 명령입니다. 그동안 눈이 감겨 사물을 분별하지 못하던 이들이 빛을 보고 사물을 판단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침묵할 수 있겠습니까?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비정상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명령을 어긴 소경들을 책망한 기록이 없는 것을 보아 주님께서도 이 불순종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셨음을 짐작합니다.
다만 주님께서 왜 침묵을 명령하셨을까에 대한 성찰은 필요합니다. 작은 자랑거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이들과 달랐습니다. 하늘의 큰 영광을 땅의 작은 상으로 까먹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일전에 제가 속한 노회에서 ’공로목사‘에 선정되기 위하여 점수제를 도입하는 것을 보며 실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땅에서 얻으면 하늘에서 잃는다는 원리를 스스로 배신하는 모습이 씁쓸했습니다. 아마도 주님께서 고침받은 소경들에게 침묵을 명령하신 뜻은 확산하고 있는 반 예수정서를 조절하기 위함일 것으로 이해합니다. 정확한 때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구속사적 명령이었을 것으로 가늠합니다.
또 다른 의미의 침묵이 있습니다. J. C. 그레이에 의하면 ’진리가 돼지 앞에 진주처럼 던져졌을 때 침묵’합니다. 주님은 대제사장의 심문 앞에서 침묵하셨고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빌라도 앞에서 입을 닫으셨습니다. 정의가 불의에게 농락당할 때는 침묵할 때입니다. 의인이 악인에게 모욕당할 때는 잠잠할 때입니다. 지금은 침묵해야 할 때, 잠잠해야 할 때입니다. 이런 때에 소리치는 이는 가짜이거나 위선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약속의 성취를 믿고 오롯이 왕의 길을 따라 살기를 애쓰는 하늘 백성에게 주님의 이끄심과 돌보심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소리쳐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분별하는 지혜를 주십시오. 위선에 이르지 않도록 중심을 지켜주십시오.
● 찬송 542 구주 예수 의지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