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무효화 세력
기독정보닷컴
2023.04.10 08:14
출애굽 무효화 세력
민수기 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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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 가나안에도 기근이 있고(창 12:10), 구원받은 이후에도 환란이 사라지지 않듯 출애굽 공동체의 여정이 순탄대로는 아니었습니다. 전에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낯설고 거친 광야길입니다. 다행히 시내산 아래에서 1년여를 지내며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언약 백성의 도리인 율법과 십계명, 그리고 성막과 제사 제도를 학습할 수 있었던 것은 합당하고 절묘합니다. 시내산 아래에 머무는 동안 이스라엘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였습니다. 노예 민족의 때를 벗고 자유인의 영혼을 공급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광야 행진을 시작할 시점입니다. 물론 준비가 되었다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기둥과 구름 기둥으로 상징하는 하나님의 인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밖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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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이스라엘 중에 섞여 살던 무리가 탐욕을 품자 이웃에게 전염되어 이스라엘 자손도 불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집트에서 생선을 공짜로 먹던 것이 기억에 생생한데, 그 밖에도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이 눈에 선한데, 이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이 만나밖에 없으니, 입맛마저 떨어졌다”(11:5~6, 새번역). 그들이 이집트에서 음식을 공짜로 먹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혹독한 노동의 대가로 주어진 것이고, 그것도 정당한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가 아니라 쓸모있는 마소에게 건초더미를 던지듯 준 것에 불과합니다. 인격적 대접이나 융숭한 환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탐욕과 불평에 젖은 이들은 그 시대를 그리워합니다. 정체성이 혼미하고 역사의식에 둔감한 무리입니다. 사태 파악도 더디고 주체적이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출애굽을 무효화 하려는 수작입니다. 이는 자기 구원에 대한 부정이자 모세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구원을 허락하신 하나님에 대한 반역입니다. 문제는 이런 불평과 반란이 그치지 않았고, 심지어 가나안 땅에 들어간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밖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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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은 극소수의 특권층을 위하여 절대다수 백성의 고욕을 짜는 이집트로부터의 탈출입니다. 그런데 탐욕과 불평을 일삼는 이들은 그런 나라를 천국이라고 칭송합니다. 절대 악을 절대 선으로 둔갑시키는 재주가 놀랍습니다. 지금도 ‘옛날이 좋았다’며 일제를 칭송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연실색할 노릇입니다. 일제강점기의 부역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이스라엘의 출애굽 무효화 세력과 일치합니다. 어느 시대, 어떤 공동체든 의미 있는 역사의 방향성을 따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진도를 한사코 가로막는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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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은 불평을 유발하고, 집단 우울증을 몰고 왔습니다. “백성의 온 종족들이 각기 자기 장막 문에서 우는 것을 모세가 들으니라”(11:10). 모세는 지쳤습니다. ‘아’하면 ‘어’할 줄 알기는커녕 매사에 비토만 하는 무리 앞에 낙심하였습니다. 막무가내 떼쓰는 아이 같은 백성에게 질렸습니다. 도대체 이런 백성은 어떻게 대하여야 할까요? 만나에 만족하지 못하는 백성이 고기에는 과연 만족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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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뿐인 광야 같은 세상살이에도 하나님의 계수함을 받은 자로서 희망의 삶을 잇는 형제와 자매에게 주님의 선한 이끄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제 안의 욕망과 불평이 부끄럽습니다. 구원 역사의 지향성을 잊지 않습니다. 때마다 은혜를 주시고 눈이 흐리지 않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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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366 어두운 내 눈 밝히사 https://www.youtube.com/watch?v=V8eTOKxGH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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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작가불명 <만나>, 1470, 38.4×52.7cm, 디트로이트미술관, 디트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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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10 월
